제3회 SNU 토론 한마당 대회취지문

토론 주제: “경쟁은 바람직한가?”

“경쟁은 한정된 자원을 여럿 중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일련의 규칙들과 선발 기준이 마련된 상태에서, 경쟁은 그 규칙에 맞게 선발 기준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쪽에 자원이 돌아가도록 작동합니다. 대부분 출중한 능력이나 그에 따른 결과물이 선발의 기준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노력으로 성취할 수 없는 요소들이 선발에 영향을 미치기
도 합니다.

경쟁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같은 자원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성과를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선발 기준에 더욱 부합하는 사람들이 희소한 자원을 가져가버려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우수한 결과물을 내고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함양하고 기존의 자신보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짐으로써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의지는 인간의 향상을 낳습니다. 인간은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점점 강해지는 것이지요. 즉 경쟁은 탁월성을 발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더 나은 성취를 낳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니체가 동기 부여의 차원에서 경쟁을 옹호했다면, 하이예크는 정보 전달의 차원에서경쟁의 순기능을 논합니다. 그에 따르면, 처음엔 시장에서 어떤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가치 있으며, 누가 그것을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는지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경쟁을 통해 비로소 관련된 정보가 드러납니다. 이 상황에서 소비자는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재화와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경쟁의 도움을 받아서 적절한 균형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이 긍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경쟁을 통해 사람들이 동기를 부여 받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남들을 제치고 승리해야 한다는 지속적인 압박에 시달려서 마음이 황폐해지기도 합니다. 또한 경쟁이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함으로써, 누군가가 편법을 이용해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을 제치고 자원을 분배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기도 전에 경쟁사회에 내던져지게 되면, 어떤 자원을 추구할 것인가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경쟁에 의해 설정된 목표에 타율적으로 끌려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고유한 지향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지향, 즉 사회적으로 부과되는 선발 기준에 따라 살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르네 지라르는 경쟁이 사람들의 욕망을 획일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비슷해질수록 욕망된 바를 충족하려는 경쟁이 과열되고, 상대방을 이기려는 승부욕에 사로잡혀 증오와 폭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쟁의 목표가 희소가치로 존중받는 지위재(positional good)인 경우, 모두가 그것을 가지면 가치가 ‘제로섬’으로 상쇄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즉,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향상을 추구해도 아무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입시문제는 지위재의 가치하락 문제가 아니라, 지위재가 고착되어 특권화되는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 까요?

경쟁이 이처럼 명암을 모두 가진다는 것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들도 통찰한 바 있습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여신 에리스(Eris)는 두 종류인데, 나쁜 에리스는 ‘불화’로서 다툼과 전쟁을 낳지만, 좋은 에리스는 인간의 경쟁심을 자극하여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발전을 추구하게 합니다. 이때 에리스는 ‘경쟁’의 신입니다. 경쟁이 갈등과 발전을 동시에 낳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경쟁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경쟁은 바람직한 것일까요?

만약 경쟁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근거를 댄 뒤, 경쟁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고 그러한 대안이 경쟁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뿌리 내리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반대로, 경쟁의 장점을 인정한다면 왜 그러하며 어떻게 해야 경쟁의 공정성을 증진시키고, 현재의 문제들을 시정해나갈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경쟁의 문제점들을 부분적으로 해소해나가면서 경쟁과 비(非)경쟁 모델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 뒤 예상되는 충돌에 대처하고자 해보는 제3의 접근도 가능할 것입니다.

제3회 SNU 토론한마당은 이와 같은 논의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경쟁의 의미에 대해 폭넓게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우리사회에서 경쟁 없는 자원 분배가 바람직한지, 혹은 경쟁이 전반적으로 바람직하다면 부분적인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예를 들어 억압적이며 불공정한 경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등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찬성’과 ‘반대’에 얽매이지 않는 열린 대화를 통해 제3회 SNU 토론한마당은 서울대학교 학생들로 하여금 경쟁과 관련된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성찰해볼 수 있게 하고, 우리사회가 더 바람직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에 기여하고자 합니다.